소송의 반대편에 섰을 때 필요한 것은 ‘방어력’이다
법정에 서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때로는 금전 문제로, 때로는 오해나 다툼이 깊어져 본의 아니게 피고의 입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소액재판이라 해서 결과의 무게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대응이 부족하면 억울한 판결을 받을 수 있고, 기회를 잘 살리면 오히려 반전을 만들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소액재판에서 피고로 출석하게 되었을 때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대응 전략 10가지를 소개한다. 방어는 공격만큼 중요하다. 소장을 받는 순간부터, 판결 이후의 대처까지 당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실천적 전략을 하나씩 짚어보자.
1. 소장을 받는 즉시 ‘사실 정리’부터 시작하라
피고가 된 이상,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건의 전체 구조를 객관적으로 재정리하는 것이다. 막연한 기억이나 감정이 아니라, 날짜별 사건 흐름, 금전 이동, 대화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야 한다.
- 원고가 주장하는 사실과 내 입장이 어디서 충돌하는가?
- 대여인지 거래인지 계약인지, 법적 성격은 어떻게 다른가?
- 증거로 무엇이 제출됐고, 그 해석은 정당한가?
이런 분석을 통해 방어의 출발점을 정확히 잡아야 한다.
2. 침묵은 위험하다: 서면 대응은 필수다
피고는 법적으로 답변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의무는 없지만, 제출하지 않으면 원고의 주장 대부분이 사실로 간주될 수 있다.
- 소장 수령 후 10일 내에 준비서면이나 답변서를 정리해 제출하자
- 반박할 내용은 명확히, 인정할 내용은 솔직하게 정리
- 단순 부정보다 ‘사실관계 정리+근거 제시’가 효과적이다
전자소송을 이용하면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3.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전략적으로 ‘부분 인정’하라
무조건적인 부정은 오히려 신빙성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일부 사실이 명백할 경우 이를 부정하면 판사에게 불리한 인상을 남긴다.
- "일부 금액은 지급하지 못했다"는 인정을 통해 책임 범위를 좁힌다
- "계약 자체는 인정하지만, 해지 사유가 있었다"는 주장은 방어와 설명을 동시에 충족한다
현명한 피고는 논리적으로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반박할 건 철저히 반박한다.
4. 증거는 ‘방패’다: 반증 자료를 반드시 준비하라
원고가 제출한 증거에 대한 반박 없이 단순히 부정하면 불리해질 수 있다. 당신도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야 한다.
- 대화 내역, 계좌 이체 내역, 계약서, 영수증, 문자, 녹취 등은 모두 유효한 증거
- 증거는 주장하는 사실의 타당성을 강화시키는 도구다
- 상황 설명과 함께 증거를 체계적으로 배열해 제출하라

5. 법원 출석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 수준이다
재판 당일 피고가 출석하지 않으면, 판결은 원고 주장에 따라 일방적으로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궐석 판결은 소송 전략 실패를 의미한다.
- 반드시 출석 기일을 확인하고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면 사전 신청
- 출석이 어렵다면 서면과 증거를 충분히 제출하고, 상황을 알리는 통지서 제출
무응답·불출석은 사실상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행위다.
6. 법정 언행은 내용만큼 중요하다
피고로서 조리 있게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투와 태도 또한 재판부에 큰 인상을 남긴다.
-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 내 입장을 분명히 표현하라
- 답변은 짧고 명확하게, 모르면 "기억이 불확실합니다"라고 정직하게
-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자료 중심으로 이야기하라
7. 조정은 회피가 아니라 전략일 수 있다
법원은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조정을 권유하기도 한다. 이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 나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면, 조정이 더 유리할 수 있다
- 판결이 나면 강제집행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정으로 합의하면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조정은 패배가 아닌, 현명한 분쟁 종결 방법일 수 있다.
8. 불복 시에는 항소를 준비하라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면 법적 권리로서 항소가 가능하다. 단, 기한을 놓치면 판결은 확정된다.
- 판결문 수령 후 14일 내 항소장 제출
- 이유서는 차후 보완 가능하지만, 기한 내 항소 의사 표현은 필수
- 2심에서는 증거 보완과 법리 주장 정리가 더욱 중요하다
9. 집행 가능성에 대한 방어도 필요하다
패소 후 상대방이 강제집행을 시도할 수 있다면, 피고 역시 법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 가집행이 붙은 경우 ‘집행정지 신청’을 고려할 수 있다
- 불합리한 집행이 이뤄지면 ‘이의신청’으로 중단 요청
- 채무 일부라도 자발적으로 상환 시 협상 여지 확보 가능
10. 패소해도 끝이 아니다: 회복 전략을 준비하라
소송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재심, 민사조정, 분할상환 합의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 판결에 중대한 오류나 새로운 증거가 있다면 ‘재심청구’ 가능
- 상대방과 ‘지급 계획서’를 통해 조정 가능성 타진
- 향후 유사 소송에 대비한 기록 정리도 중요
피고도 권리자다: 방어의 정석이 판결을 바꾼다
소액재판은 겉으로 보기엔 간결한 절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논리와 사실, 그리고 태도가 치열하게 겨뤄지는 진지한 법적 판단의 장이다. 피고라는 입장은 절대적으로 수세적인 위치가 아니다. 오히려 명확한 반박과 조리 있는 해명을 통해 재판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 판사는 주장보다 증거를, 감정보다 일관된 설명을 신뢰한다. 따라서 단순히 억울하다고 말하는 대신, 그 억울함을 어떻게 법적으로 설계하고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 제시한 10가지 전략은 단순한 요령이 아니라, 당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 무기들이다. 피고가 침묵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면 결과는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준비된 피고는 충분히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고, 최소한의 방어선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당신의 말과 행동, 자료와 태도는 곧 당신의 법적 위치를 결정짓는 요소다. 이 글이 그 첫걸음을 내딛는 데 작지만 단단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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